Too Much Review/공연.책

[Preview] <함익> 햄릿이라는 가면 속의 줄리엣

베르양 2019. 4. 1. 19:38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의 명대사이다. 워낙 유명한 대사이다 보니 나 역시 다른 비극 이야기 스토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햄릿은 기억이 나는 편이다. 명작이 공연화되어 보러 가는 것도 굉장할 것이지만, 명작을 여성 서사로 재창작하여 공연한다니 더욱이 보러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창작극 <함익>이 3년 만에 되돌아 왔다고 한다. <함익>은 2016년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를 맞아 고전 '햄릿'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작한 연극이다. 김은성 극작가의 세련된 대본과 김광보 예술감독의 미니멀리즘 연출로 2016년 초연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주인공의 성 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배경을 현대적인 배경으로 바꾸기도 하였으며 요즘 세상에 가장 중대시되는 인간성, 인간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다. 주인공 함익은 부유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거울 속에 살고 있는 자신의 내면 분신 '익'과 자아분열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직접 연극을 본 것이 아니기에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번 연극은 소위 말하는 '냉장고 속의 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냉장고 속의 여자 : 남성 캐릭터의 각성과 동기를 위해 살해, 강간, 부상 등을 당하는 여성 캐릭터.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한 도구로써 소비되어 버린다.) 남자 주인공 연우를 통해 각성하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성 주인공이 희생당하는 캐릭터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창작극 <함익>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이 시대의 왕국에서 '햄릿'으로 태어났지만, '줄리엣'을 꿈꾸고 싶을만큼 진실한 관계와 사랑을 원하는 함익을 통해 감정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건조한 도시의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 역시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소모하기도 하고 솔직한 표정을 숨기는 적도 많았다.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이야기하면 괜히 나만 피해를 보고 나만 손해인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낮에 말을 많이 하고 집에 와서 "그런 말은 왜 했지?" 하는 이상한 자괴감에 휩싸여 더욱 나를 숨기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 <함익>이 이런 나의 생각을 어떤 식으로 바꾸게 해 줄지, 아니면 어떤 생각을 덧붙여줄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은 문제도 아니야.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그것이 문제야."

 



3년 전에도 한 번 펼쳐진 공연이기에 과거의 리뷰를 한 번 살펴보았다. 다들 호평을 하고 있어 많이 기대가 되는 바이다. <고아 이야기>, <여전사의 섬> 그리고 <함익>까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주체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작품이 더욱 더 많이 나타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