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lnerant Omnes, Ultima Necat

[Review] 웹툰, 영화에 이은 또 다른 감동 -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본문

Too Much Review/공연.책

[Review] 웹툰, 영화에 이은 또 다른 감동 -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베르양 2026. 3. 30. 22:38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나에게 있어 꽤나 특별한 영화이다. 당시 원래부터 좋아하던 작가의 원작 웹툰이어서 연재 당시 매주 정주행을 진행했었고, 시간이 흘러 영화화가 진행되자 친구와 함께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찾아보지 않고 예약했던 시간대가 마침 무대인사 날이었고, 나는 그날 주연배우 3인방을 통해 처음으로 연예인 실물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웹툰 하나에는 진심이었다 보니, 영화에서는 원작에서 제외된 내용이 많이 보여 아쉬움이 많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재밌게 본 영화였다 보니, 주연 배우의 일련의 사건이 있기 이전에 한 번 더 보기도 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이제는 뮤지컬이라니!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초 엘리트 남파 간첩 주인공 원류환. 실전과 같은 훈련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어 임무를 받고 남한에 잠입한다. 그러나 갖은 고생 끝에 남한에 도착한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바보 행세를 하면서 달동네에서 생활하면서 주민들의 일상을 보고하라는 실로 맥빠지는 임무뿐.

 

평생 누려본 적 없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도 원류환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열과 성을 다해 임무에 매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같이 훈련을 받았던 '리해랑'이 달동네에 나타나는데...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는 내가 모르고 있던 사이에 이미 시작되어 올해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원작 웹툰과 2013년 영화 버전의 서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단순한 스파이물의 외피 속에 개인의 정체성과 이념, 그리고 인간적 고독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어느 영역에서나 그러하듯, 이번 10주년 공연은 아마 초연보다 서사적으로도, 무대적으로도 더욱 발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뮤지컬이라는 시간/공간적 한계가 있다보니, 웹툰과 영화에도 있던 몇몇 요소들이 빠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관람에는 지장이 없어 다행이었다.

 

연출에 있어 속도 조절에 힘을 줬다는 게 느껴졌다. 공연 내내 북한의 군부대와 남한의 달동네 무대를 계속 오가면서 긴장감과 느슨함을 함께 줬으며,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선은 결코 끊기지 않았다. 주인공 원류한의 이중적 서사-북한 특수부대 조장과 동네 바보 방동구 사이의 간극-이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조명과 음향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작중 내 푸른빛과 그림자가 많이 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기에 제목에도 존재하는 ‘은밀하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북한 특수부대의 훈련 장면이나 원류환과 리해랑이 남한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과 같이 전투씬의 경우에는 확실히 웹툰이나 영화보다는 아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무대에서는 생생히 드러났다. 함께 웃고, 숨죽이고, 싸워가며 그들이 진짜 ‘살아 있는 사람’임을 느꼈다. 이 작품은 역시 스파이 이야기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정말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0년도 더 전에, 친구와 함께 영화로 봤던 이야기를 무대에서 새롭게 마주한다는 게, 새삼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감정이 들었다. 작품은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점차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나도 과연 따라서 성장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은밀하게 위대하게> 주인공들은 여전히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또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10주년'이라는 단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상징성과 그 의미가 깊다고 느껴진다. 이 뮤지컬의 10주년을 놓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뮤지컬과 더불어 본 작품 자체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