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Too Much Review (107)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미술 전시는 지루할 것 같지만서도 막상 관람을 진행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날 정도로 생각보다 몰입된다. 이 그림이 어떤 시대에 그려졌고, 작가는 누구이고 어떤 식으로 그림을 그렸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등등 소설도 아닌 한 장의 그림 안에 담긴 내용이 많은 것도 참 신기할 따름이다. 미술관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면 “와 대단하다.” 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지만, 상기 이유 때문에 미술 전시를 관람할 기회가 생기면 참여하려는 편이다. 이번 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의 주요 소장품 143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부터 시작해 모네의 인상주의, 앤디워홀의 팝아트, 그리고 남아공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무려 4..

한때 수집욕이 엄청났던 시절이 있었다. 봤을 때 맘에 들어서 ‘갖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면 일단 사고 봤다. 그래놓고 다 쓰지도 못 하고 심지어 아예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도 더러 있었다. 먼지만 쌓이고, 자리만 차지하고. 본가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 때이니 가뜩이나 좁은 방이 더 좁게 느껴졌다. 그 때는 그냥 가지고라도 있어야 왠지 모를 공허함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어렸을 때 갖고 싶은 걸 제대로 가져보지 못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그러다 이 수집욕이 조금 치료가 되었는데,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다름 아닌 금융치료 덕이었다. 맘에 들어서 사고 싶어도, 너무 비싸지 아니한가. 요즘에는 오르지 않은 걸 찾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정말 필요한 것만, 정말 쓸 것만 사게 되..

인생 애니메이션 영화가 여러 개 있지만, 나에게 있어 부동의 1위는 지브리의 이다.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도 너무 좋지만, 희한하게도 나는 지브리에 더 마음이 갔다. 몽글몽글한 그림체와, 상상력과 향수를 자극하는 탄탄한 스토리가 물론 가장 크겠지만, 그 배경에 깔린 OST가 거하게 한몫을 한다고 본다. 의 ‘산책’, 의 ‘인생의 회전목마’, 의 ‘언제나 몇 번이라도’ 등 노래 제목은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멜로디는 누구나 꼭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지브리 만화(특히 원령공주의) OST를 정말 좋아해서, 항상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매일 듣곤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지브리의 노래를 좋아하는지는, 아마 애니메이션과 함께 감상하다 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베리는 2014년 공연 브랜드 론칭 후 대중성은 물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톡톡 튀는 무대들을 선보여왔다. 또한 실내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인 만큼 날씨의 제약이 없고 체력 소모가 적은 비교적 쾌적한 환경 덕분에 ‘페스티벌 경험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입문용 페스티벌로 제격’이라는 평을 받으며 오랜 시간 실내페스티벌의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Soundberry Theater(이하 사운드베리)는 2014년도부터 론칭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공연 중 하나로, 이름만 간간히 들어보았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토요일 하루 관람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해당 공연이 집근처에서 진행되어 더욱 좋았다!) 사운드베리 공연은 지정석이 정해진 일반 공..

로맨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정말 가슴 절절하고 뜨거운 사랑을 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이를 미디어로 대리만족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평일 낮에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뛰쳐나가 떠나가려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재벌가의 막내딸로 태어나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북한에 불시착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현 21세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슴 뜨거운 사랑은 아마 불가능의 영역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중세를 넘어 근대로 넘어오는 과도기 시점에서는 아마 가능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러한 가슴 절절한 사실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베르테르..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다 좋지만 굳이 하나만 고르자면 나는 고양이파다. 지나가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귀여워서 어디로 가나 눈으로 쫓기도 하고, 주변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기를 생각은 없다. ~~털 문제도 있고~~ 항상 우리보다 먼저 떠나버리는 그 작은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떠나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죽을 때까지 영원히 함께 해줄 고양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고양이 요괴라 죽지 않거든 영화 는 주인공 ‘카린’과 고양이 요괴 ‘앙주’의 힐링 애니메이션 영화다. 3년 전 엄마를 여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채업자에게 쫓겨 아버지의 고향 소세지절로 거처를 옮기게 된 카린. 와중에 아버지는 돈..

나는 말을 잘 못 한다. 글을 쓰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데, 글보다도 먼저 깨우친 말은 이상하게도 너무 어렵다. 분명 머리로 생각했을 땐 뒤로 넘어갈 만큼 웃겼는데, 왜 입으로 내뱉어버리면 그렇게 재미없어지는 건지. 집에 돌아와서 “그때 왜 그 말을 했지?”하고 후회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조리 있게 잘 대답하고 싶은데, 결국 내뱉는 말은 “오 대박”, “아냐 됐어”, “진짜 쩐다” 뿐이다. 더욱이 미디어나 주변에서도 입을 여는 사람보다 귀를 여는 사람이 되자고 많이들 하지 않는가. 그렇게 살다보니 점차 말수가 줄어들게 되었고, 갈수록 말을 더 못 하게 되었다. 내가 말을 하면 상대방은 재미없어 할 것이고. 분명 말실수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래서 편하지 않은 누군가와 대화..

아이돌을 꿈꾸는 한 고등학생 소녀, ‘아즈마 유우’. 어렸을 적 아즈마는 TV에서 만난 아이돌에 대한 꿈을 갖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도 커가면서 아이돌이란 것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던 것인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것은 바로 동서남북의 미소녀를 모아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것. 아즈마의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꿈과는 다르게 그로 향하는 발판은 지독하게 계산적이다. ‘별’과 같이 빛나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동서남북에서 빛나는 별을 모아 아이돌로 데뷔하겠다는 이 엄청난 컨셉. 미소녀를 모은 이유도 자신의 외모가 조금 부족하다 생각했기에, 솔로로 무대에 올라서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객관적 판단 하에 이루어졌다. 철두철미한 계획대로 아즈마는 자신인 동쪽..

오타쿠. 과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확대되어 광적으로 한 분야를 파고들고,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철도에 큰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사람을 철도 오타쿠,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축구 오타쿠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지금보다도 워낙 서브컬처를 좋아했던 나도 오타쿠 소리를 듣곤 했는데, 현재에 들어서선 그 축에 발도 못 끼게 되었다. 대뜸 오타쿠 이야기가 왜 나왔냐면, 한 일본인이 루마니아 오타쿠가 되어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쓴 에세이 한 편이 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어? 루마니아가 대체 어디지..? 나라에 대해서 많이 아는 편은 아니지만, 루마니아는 어디선가 들어본듯 아닌듯 너무나도 생소한 곳이다. 찾..

툴루즈 로트렉. 어디서 익숙한 이름이다 했는데, 전 회사에서 전시 업체로부터 이벤트 제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관련 전시 이미지를 전달받았었는데,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것도 함께 기억난다. 그때는 아무래도 회원들에게 무료 티켓을 이벤트로 나누어주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툴루즈 로트렉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툴루즈 로트렉 : 몽마르트의 별]은 '벨 에포크' 시대를 살았던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다. '석판화'로 유명한 툴루즈 로트렉은 화가, 판화가, 삽화가로 활동하며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고 당대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심지였던 '몽마르트'에서 새로운 예술의 다양성을 흡수하고 독창적인 조형성을 개척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번 전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