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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나는 외로운 것을 싫어하면서, 외로운 것을 자처하는 사람이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생각할 것이다. SNS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재미있게 놀러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큰 부러움을 느낀다. 나도 저렇게 많은 사람을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막상 나가는 것은 싫고 두렵다. 가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웃고 떠들 자신이 없다. 피곤할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결국에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포기하게 된다. 왜 사람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걸까? 애초에 내가 사람들 틈에 섞이지 않더라도 ‘외롭다’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면, SNS을 보더라도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도서 은 이러한 인간의 외로워하는 감정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인간도 아직까지 완전히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그것이 되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자기의 능력에 따라서 혹자는 둔하고 혹자는 분명하게. 혈액형별 성격, MBTI, TCI 기질 검사, 심리 테스트 등등. 사람들은 갖가지 테스트를 통해 누군가로부터, 혹은 무언가로부터 자신에 대해 진단받기를 원한다. 이미 어느정도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 항상 목메여 살아가고 있다. 왜일까. 지금의 나로는 만족스럽지 않아서일까? 왜 '나'에 대한 질문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을까? 나는 대체 누구인 걸까? 도서 은 제목이 등장인물을 지칭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화자인 싱클레어다. 마치 만화의 주인공이 진구인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싱클레어는 학교에서 흔히 볼..

마리 퀴리는 폴란드계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이다. 그녀는 생전 폴로늄과 라듐 원소를 처음 발견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며, 여기에 더해 금속 라듐 분리 과정을 통해 노벨화학상까지 받았다. 그녀는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자, 성별불문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최초의 인물이었다. 서로 다른 과학 분야에서 각각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로는 아직까지도 마리 퀴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당시 약소국이었던 폴란드 태생의 마리 퀴리는 대학에서 ‘미스 폴란드’라고 불리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는다. 프랑스인도 아닌, 하물며 남자도 아닌 여자가 대학을 다니고, 그것도 과학을 공부한다는 모습에 모두들 그녀를 무시했다. 물론 승자는 마리였다. 과학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모두를 제치고 이긴 것이다. 아니, 열정에서 더 나아가 ‘..

나의 MBTI는 10년이 넘도록 INFP로 고정되어 있다(바꾸고 싶어 미치겠다). INFP의 특징으로는 이런 표현이 많다.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를 지닌 이상주의자 유형으로, 예술·문학·음악 분야에 끌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이다. 일부는 확실히 맞는 것 같긴 하다. 나는 종종 회사 옆 건물에서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가 터져 사회가 혼비백산이 된다거나, 갑자기 하늘에서 녹색 비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또, 공부하는 것 빼고는 다 좋아해서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음악 듣기 등 여러가지 예술 활동을 즐겨했다. (하지만 예술을 잘 알고 활용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나한테 창의적인 사고가 있던가? 이 ‘창의..

미술 전시는 지루할 것 같지만서도 막상 관람을 진행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날 정도로 생각보다 몰입된다. 이 그림이 어떤 시대에 그려졌고, 작가는 누구이고 어떤 식으로 그림을 그렸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등등 소설도 아닌 한 장의 그림 안에 담긴 내용이 많은 것도 참 신기할 따름이다. 미술관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면 “와 대단하다.” 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지만, 상기 이유 때문에 미술 전시를 관람할 기회가 생기면 참여하려는 편이다. 이번 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의 주요 소장품 143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부터 시작해 모네의 인상주의, 앤디워홀의 팝아트, 그리고 남아공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무려 4..

한때 수집욕이 엄청났던 시절이 있었다. 봤을 때 맘에 들어서 ‘갖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면 일단 사고 봤다. 그래놓고 다 쓰지도 못 하고 심지어 아예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도 더러 있었다. 먼지만 쌓이고, 자리만 차지하고. 본가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 때이니 가뜩이나 좁은 방이 더 좁게 느껴졌다. 그 때는 그냥 가지고라도 있어야 왠지 모를 공허함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어렸을 때 갖고 싶은 걸 제대로 가져보지 못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그러다 이 수집욕이 조금 치료가 되었는데,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다름 아닌 금융치료 덕이었다. 맘에 들어서 사고 싶어도, 너무 비싸지 아니한가. 요즘에는 오르지 않은 걸 찾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정말 필요한 것만, 정말 쓸 것만 사게 되..

인생 애니메이션 영화가 여러 개 있지만, 나에게 있어 부동의 1위는 지브리의 이다.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도 너무 좋지만, 희한하게도 나는 지브리에 더 마음이 갔다. 몽글몽글한 그림체와, 상상력과 향수를 자극하는 탄탄한 스토리가 물론 가장 크겠지만, 그 배경에 깔린 OST가 거하게 한몫을 한다고 본다. 의 ‘산책’, 의 ‘인생의 회전목마’, 의 ‘언제나 몇 번이라도’ 등 노래 제목은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멜로디는 누구나 꼭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지브리 만화(특히 원령공주의) OST를 정말 좋아해서, 항상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매일 듣곤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지브리의 노래를 좋아하는지는, 아마 애니메이션과 함께 감상하다 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베리는 2014년 공연 브랜드 론칭 후 대중성은 물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톡톡 튀는 무대들을 선보여왔다. 또한 실내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인 만큼 날씨의 제약이 없고 체력 소모가 적은 비교적 쾌적한 환경 덕분에 ‘페스티벌 경험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입문용 페스티벌로 제격’이라는 평을 받으며 오랜 시간 실내페스티벌의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Soundberry Theater(이하 사운드베리)는 2014년도부터 론칭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공연 중 하나로, 이름만 간간히 들어보았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토요일 하루 관람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해당 공연이 집근처에서 진행되어 더욱 좋았다!) 사운드베리 공연은 지정석이 정해진 일반 공..

로맨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정말 가슴 절절하고 뜨거운 사랑을 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이를 미디어로 대리만족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평일 낮에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뛰쳐나가 떠나가려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재벌가의 막내딸로 태어나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북한에 불시착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현 21세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슴 뜨거운 사랑은 아마 불가능의 영역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중세를 넘어 근대로 넘어오는 과도기 시점에서는 아마 가능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러한 가슴 절절한 사실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베르테르..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다 좋지만 굳이 하나만 고르자면 나는 고양이파다. 지나가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귀여워서 어디로 가나 눈으로 쫓기도 하고, 주변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기를 생각은 없다. ~~털 문제도 있고~~ 항상 우리보다 먼저 떠나버리는 그 작은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떠나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죽을 때까지 영원히 함께 해줄 고양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고양이 요괴라 죽지 않거든 영화 는 주인공 ‘카린’과 고양이 요괴 ‘앙주’의 힐링 애니메이션 영화다. 3년 전 엄마를 여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채업자에게 쫓겨 아버지의 고향 소세지절로 거처를 옮기게 된 카린. 와중에 아버지는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