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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래 내 것이 아니었음을, '가장 단호한 행복' 본문

Too Much Review/공연.책

[Review] 원래 내 것이 아니었음을, '가장 단호한 행복'

베르양 2021. 3. 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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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늘 우울 MAX를 찍는 나였는데, -기분의 수치를 최저 0에서 최고 100 정도라고 쳤을 때- 요즘은 60 정도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걱정과 고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출퇴근 시간 무지한 자들의 행동에 늘 스트레스받고는 있지만.

 

철학자들이 '행복'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저들만의 결론을 내렸듯이, -그게 사람의 본능인 듯-엄청나게 불행하거나 매일 우울한건 아닌데도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겐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나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1장 '가장 확실한 행복을 위해', 2장 '나를 지키는 철학 연습', 3장 '그리고 새로운 스토아 철학'.

 

1장에서는 도서를 읽기 전 알아두어야 할 철학자와 철학 사상, 그리고 책을 읽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사실 윤리-철학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분명 들어는 보았던 사상들이었는데, 막상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2장에서 본격적으로 책의 조언이 시작된다. <가장 단호한 행복>이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나에게 해주는 조언은 담담하고 단호했다. 강하게 키우려는 듯 지극히 공감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문체라서 더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조언은 3장까지 이어진다.

 

도서는 솔직하게 얘기해서 1장을 넘기고 2, 3장만 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명확하고 확실하게 알고 싶다면 1장도 유심하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정작 필자는 어려워서 포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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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호한 행복>은 불안한 오늘을 돌파하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를 말하는 책이다. 미국의 철학자인 저자 마시모 피글리우치는 "온전히 뜻대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이성(理性)뿐이다. 우리의 판단, 의견, 목표, 가치관 그리고 결심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직장, 돈, 인간관계와 같은 외부의 요소는 늘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온전히 우리 손에 달린 것들에 집중해야 어떤 일이 닥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무소유'의 의미처럼 <가장 단호한 행복> 도서도 무언가를 계속 소유하고 붙잡으려 하지 말고 떠나보내라고 얘기한다.

 

그것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고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물건이든, 친구든, 그렇게 떠나보낸 것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나의 슬픔을 직면하지 않고 돌려서 합리화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이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 같기도 하다.

 

다만 정말로 이렇게 단호하게 여기고자 하기엔 이런 많은 아픔을 겪어보면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냉담하게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친구가 먼 곳으로 떠나면 "사람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 멀리 있어도 그 사람은 여전히 내 친구야"라고 생각하세요. 가장 힘든 일에도 마찬가지로 대처하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우리 중 한 명이 먼저 떠나리라는 것을 늘 알고 있었잖아. 그 사람과 함께 보낸 모든 순간에 감사할 따름이야"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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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가지 마음훈련 중 다섯 번째 훈련에 "우리는 사물 그 자체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판단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문장을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띵하게 울렸다.

 

내가 과거에 흔들렸던 경험을 생각해보았다. 대상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그 대상에 대한 내 마음이 달라졌었다. 대상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매한가지로. 아니, 오히려 사물보다도 사람에게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그대로 있었는데, 내가 착각을 했거나 현실을 겨우 받아들이게 되어서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고 내 마음도 흔들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떠나보낸 것들이 몇 가지 같이 떠올랐다. 아마 그 중에서는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낸 것들이 있었을 거고, 떠나보내는 게 맞았던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결국 지금 현재의 나에게는 없는 것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같은 후회를 하지 말란 것이 지금 이 책이 나에게 해주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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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떠나보냄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떠나보내는게 쉬웠던 걸까?

 

나는 안타깝게도 인간관계에 있어 쿨하지 못하다. 차라리 물건이었으면 미련 없이 버리기라도 할 텐데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책에서는 내 것이 아니었음을, 떠나보낼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한다. 나는 아직은 그러기가 힘들다. 해주는 말이 맞는다는 것은 아는데,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가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고 책이 나에게 "이렇게 해야 하는데, 너는 왜 못 해?" 하고 꾸짖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사람과의 관계에 쿨하지 못 한 내가 조금 부끄러워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마음을 다 잡는 데에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

 

방진이 옮김

 

124*188

 

양장

 

2도

 

216쪽

 

14,000원

 

ISBN 979-11-5633-305-0 (03100)

 

2020-11-30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