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lnerant Omnes, Ultima Necat

[Review] 지브리와 쇼팽의 찰떡같은 만남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 본문

Too Much Review/공연.책

[Review] 지브리와 쇼팽의 찰떡같은 만남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

베르양 2024. 3. 19. 08:54

우리 모두가 한 번씩은 들어 보았을 음악, 바로 지브리 OST. 지브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대체적으로 스토리와 영상미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OST가 없었더라면 아마 2%, 아니 20% 부족했을지 모른다. 어떻게 이렇게 애니메이션 스토리와 찰떡인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걸까.

 

그래서 나는 지금도 종종 히사이시 조의 부도칸 공연 영상을 보곤 한다. 꽤나 긴 영상이지만 백색소음처럼 틀어만 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느샌가 영상이 끝나있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지브리 음악은 그렇게 우리의 생에 익숙하게 녹아있다.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 공연에서는 쇼팽과 그런 지브리와의 콜라보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다. 역시 실력 좋은 전문 연주가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전부 좋았다. 특히 <녹턴>과 콜라보 한,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지브리 <원령공주>의 음악을 들을 땐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다. 옆 자리에 앉은 분이 계속 코를 고는데 함께 온 가족이 깨울 생각을 안 해서 조금 짜증이 났었지만.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쇼팽일까?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바흐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른 음악가들도 많을 텐데. 피아니스트이자 해설자분께서는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간단하게 연주해주는데, 쇼팽의 곡은 어딘가 자주 들어보았던 것 같고 신선했다. 음악이 고전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치 요즘 듣는 뉴에이지 같기도 했다. 그래서 지브리 OST와 생각보다 잘 어울렸던 게 아닐까 싶다.

 

 

지브리의 원래 음악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된 버전도 많이 들었지만, 쇼팽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 편곡한 지브리는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변화무쌍하다는 말이 여기에 어울리겠지.

 

심지어 다른 연주가가 편곡한 곡을 직접 구매해서 들려주기도 했다! 기획을 진행하다가 유튜브에 다른 사람이 올려둔 곡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고 영감을 얻기도 해서 이를 자신의 공연에 들려주고 싶어 구매했다고 한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지브리 음악과 쇼팽의 음악을 콜라보하고 있단 사실이 신기했다. 또, 이 공연을 기획하신 분의 열정도 함께 느껴졌다.

 

고전 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물론 멋있고 웅장하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음악과 앙상블한 연주-특히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현대적인 음악-도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어 좀 더 다양한 공연이 많아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