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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색다른 뮤지컬 아이스쇼 'G-SHOW: THE LUNA'

베르양 2024. 8. 24. 17:41

최근 굉장히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었다. 사실 뮤지컬 자체도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뭔가 색다른 뮤지컬을 보고 싶단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이에 좋은 기회를 얻어 '아이스쇼'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G-SHOW: THE LUNA>는 국내 최초 미디어아트 아이스쇼인 G-SHOW의 세 번째 무대로, 뮤지컬 전문 창작진과 뮤지컬 배우,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루나 아일랜드를 지키기 위한 환상의 모험이 시작된다!

몹시 추운 겨울과 몹시 더운 여름만 남아 있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사계절을 간직한 신비의 섬 '루나 아일랜드'는 바다가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겨울이 되면 딱 한 달 문을 열고 '루나 페스티벌'을 열어 손님을 맞는다.

사계절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봄과 가을의 꽃이 동시에 피는 생명의 나무 '노르말리스'를 보기 위해 루나 아일랜드를 찾는다.

한편, 어린 시절 루나 아일랜드와 노르말리스의 추억을 간직한 '가람'과 '윈터'는 곧 루나 아일랜드와 노르말리스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루나 아일랜드를 지키겠다고 마으먹는데...

과련 가람은 루나 아일랜드와 노르말리스 나무를 지킬수 있을까?

기후 변화로 극심한 여름과 겨울만 남아이는 지구. 바다가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겨울 중 딱 한 달! 봄과 가을이 공존하는 생명의 나무 '노르말리스'를 위한 '루나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루나 아일랜드' 섬을 운영, 관리하고 있는 아틀란티스의 회장 아틀라스의 딸이자 9대 루나인 주인공 '윈터'. 윈터는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루나 아일랜드 섬을 사랑한다. 그런데 의도치않게 이 섬을 우주 정거장으로 개척하겠다는 아버지의 계획을 알게 되고 큰 충격에 휩싸이고,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썸머'는 언제부턴가 자신을 피하면서 점점 이 섬 안에서 고립되어 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옛 친구 '가람'을 만나게 되고, 루나 아일랜드의 유일한 호텔 주인장 경주, 루나 아일랜드의 여러 장소를 사진으로 찍어 배포하는 루나틱 '노타'와 함께 루나 아일랜드가 우주 정거장으로 바뀌는 것을 막고 이야기는 잘 마무리된다.

 

이 뮤지컬의 특별한 점은 아이스쇼답게 바로 '스케이팅'이다. 얼어붙은 겨울이란 배경에 맞게 모두들 스케이트 타고 있으며, 이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한 이 스케이팅으로 인물간-윈터와 썸머-의 갈등도 나타내고, 루나 페스티벌이라는 공연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

 

극중 내에 등장하는, 봄과 가을의 꽃이 동시에 피는 신비한 나무 '노르말리스'는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이 지구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품고 있다. 그래서일까, 덩그러니 가운데에 자리잡은 이 신비한 나무에 유독 시선이 자주 갔었다. 희망을 상징하는 이 생명체는 마치 극중 노르말리스가 오랜 연구 끝에 완성된 나무이듯이,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준비해야 될 무언가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가람이 노르말리스의 존재 이유를 좀 더 빨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솔직히 아틀라스의 결단은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루나 페스티벌로 벌어드린 수익으로만 먹고 사는 이 섬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우주 정거장으로 바뀌게 된다면 분명 막대한 수익을 얻을 것이고, 섬을 운영하기 좀 더 수월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뮤지컬은 생각보다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뜨거운 여름과 매서운 겨울 두 가지 계절만 있는 지구. 이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엄청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가까워지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랜 뜨거운 여름을 지금 겪고 있지 않는가. 과연 그런 상황이 머지않아 온다면, 뮤지컬 속 사람들처럼 그래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스토리 상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시놉시스를 보지 않고서는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배경 설명과 모두가 '루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확히 루나가 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아이스장에서 진행되는 아이스쇼라는 것만으로도 이 뮤지컬이 꽤나 볼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실제 피겨 스케이트 선수분들의 멋진 실력을 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였다. 또, 우리보다도 더 이후의 지구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교훈으로 보여주기 좋은 뮤지컬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