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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nerant Omnes, Ultima Necat

1 정권이 새롭게 바뀌면서 '여가부 폐지'가 뜨거운 냄비다. 여성가족부의 줄임말로 자주 불리는 이 기관은 여성과 청소년 및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준다. 그런데 여가부가 한부모 가정들이나 차상위계층과 같이 취약한 생활을 하는 자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것은 잘 모르는 것인지, '여자'를 위한 부서라는 명목 하에 이 기관을 폐지하자는 말이 나온다. 헤어지자는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고서는 초범인데다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징역 10년도 내리지 않는 법원에는 아무 말도 못 하면서 말이다. 그저 암담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2 비슷하게 암담한 시대에 살고 있는 한 가정이 있다. 방 2칸이 전부인 작은 집에 부부와 친정 부모, 그리고 조카들이 모여 살고있다...

1 초등학교 시절 수련회를 가면 꼭 한 번쯤 입관 체험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관에 들어갈 때 그저 하나의 공포 체험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 나 역시 단순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어두컴컴하고 좁은 곳에 갇히니 답답함 말고는, 그다지 별 생각이 없었던 듯 싶다. 그 어린 애들이 친구들이랑 놀 때 말로만 "죽어라!" 하지, 정말로 '죽음'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을까. 그런데 이제와서 관 속 체험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거절할 것 같다. 배움이 많아지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문제에 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고, 장례식장을 한 번, 두 번 가게 되면서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고, 정말로 내일 당장 내가 눈을 감고 저 관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드니 입관 체험..

1 대학생이 되어서는 조금 마시다가, 직장인이 되고나서는 손에서 뗄 수 없게 된 커피. 일생에 커피를 꽤나 많이 마셨음에도 좀 많이 쓰다, 시다, 고소하다 정도의 느낌정도로만 맛을 느끼는 막입을 가졌다보니 어디가서 커피 잘 마셔봤단 소리는 잘 하지 못한다. 대학생이었을 때, 잠이 잘 깨지 않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1L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당시엔 커피의 효능(?)보단 맛을 따지던 때라 내가 마셔본 아메리카노 중 맛있던 곳의 커피를 사와서 마셨었다. 그런데 마시면 마실수록 잠은 좀 깨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지고, 뭔가 있지도 않은데 몸이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팔과 다리를 가만히 두기가 어려웠다. 카페인 중독이었다. 대신 물을 많이 마셔주고 시간이 지나니 다행히 사그라들었다...

1 지구 종말. 영화와 같은 미디어에서 상당히 자주 쓰이는 소재. 살아있는 현 인류가 겪어본 적이 없기에 미지의 영역인 종말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이 참 다양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멸망의 순간에 인류를 구하러 와주는 히어로 이야기, 또는 이미 망한 지구에서 일어나는 상당히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그려낸다. 그런데 이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있다. 는 모두가 평등한 종말을 맞이한다. 결말에 가서 우연히 소행성이 지구를 빗겨나가게 된다든지, 갑작스런 영웅의 출현으로 인류가 모두 살게 된다든지 그런 내용은 없다. 그렇다고 암울하거나 우울하지는 않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작은 희망 하나로 오히려 위안을 받는다. 다만 일본의 흔한 클리셰라고 해야할까? 그다지 잘나지 않은 주인공이 미..

1 왜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보다 가려진, 숨겨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더 흥미로운걸까. '사실은', '비밀인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대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음악, 영화와 같은 미디어나 작품들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다. 예술 작품의 배경에 관해서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 한 가지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다. 해당 작품이 몇 년도에 만들어지고 그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에 대한 일화를 설명해주는 영어 지문을 읽은 적이 있다. 고흐의 동생 테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버려졌다는 공포감에 의해 잘랐다는 것(물론 이 이야기도 가설이라 사실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별 살면서 이별을 몇 번이나 해보게 될까. 연인과의 결별만이 아니라 화해하지 못 하고 끝나버린 친구 사이, 일방적인 손절 등 이별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다. 개중에는 무덤덤하게 끝낸 이별도 있었을거고, 너무나 가슴 아파했던 이별도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감각이 무뎌지긴 하겠지만, 이별이란건 어쩐지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런 기분이 드는 이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텐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이별을 겪고 아파한다. 물론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빈도를 줄일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별을 통해 겪는 상실감을 여실히,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라는 책이 있다. 내가 아는 마요라고는 '세계 3대마요 - 참치마요, 치킨마..

1 나에게 있어서 책을 읽는 경우는, 새 책을 집으로 배달받아 안에서 읽거나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와서 읽거나 둘 중 하나 정도다. 그러다보니 책 커버나 북 파우치의 존재를 알고는 있어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 했다. 그러다 가끔 새 책을 가방에 넣고 외출해야 할 때가 있으면 안에 뽁뽁이가 달린 책 배송 봉투를 재활용 할 때도 있었다. 이상하게 전공책이나 공책들은 그냥 가방에 쑤셔넣는 편이면서, 이상하게 공부용이 아닌 일반적인 책들은 좋은 상태를 유지시켜야 될 것 같은 약간의 강박이 있다. 새 책의 모서리가 찌그러지거나 표지에 스크래치가 나면 (시간이 지나면 까먹게 될테지만) 한동안은 마음이 쓰리다. 상처 없는 책들이 책장에 채워진 모습을 보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사실 종이책을 외부로 잘 들고 나가지 ..

1 엄마와 사이가 좋은 편이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좋은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엄마랑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자랑스러운 일도 아님에도 리뷰에 참 많이 남긴게 부끄럽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는 유독 더 다툼이 잦았다. 성적 때문에 혼날 때도 많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엄격한 통금 시간, 친구들과의 여행 불가 등 자유롭지 못한 생활에 짜증도 많았다. 그래도 대학에 입학하고 직장인이 되니 숨통이 조금은 트이게 되었다. 부모들 눈에는 여전히 어려보이겠지만, 바깥 사회에서는, 이제는 진짜 사람 구실을 해야하는 어른으로 취급받기 때문일까. 하지만 과거의 스크래치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언어, 말로 받은 상처는 더더욱. 물론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부모에게 못을 박은 적이 아마 한 두번은 아닐 것이다..

1 근래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국 드라마가 있다. 이름은 . 30대를 맞이한 세 여자의 평범하다고 하면 평범한, 드라마틱한 일상을 담고 전개되는 드라마다. 전업 주부로 살고 있지만 커리어를 놓고 싶지않은 '구자', 구자의 오랜 친구이자 똑같이 일찍 결혼했지만 남편과의 사이가 소원해 걱정인 '중샤오친', 상하이의 백화점에 취직해 타지의 생활이 익숙치 않지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 '왕만니'. 배경은 중국인데, 마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현실성 강한 이 드라마가 꽤나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벌어지는 현대사회 문제도 잘 꼬집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업주부로만 남고 싶지 않다거나, 사랑에 있어 주체성을 찾아가는 면모 등) 하지만 같은 ..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 가상세계 U. U에 접속하면 본인의 생체 정보를 토대로하여 나의 '잠재력'을 가진 가상 캐릭터 As가 만들어진다. 50억 명의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U에서 각자의 As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스즈가 이 U에 발을 들여 '벨'이라는 이름의 As로 태어나게 되면서 용과 주근깨 공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스즈. 하지만 U 안에서의 벨은 '스즈'랑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때문일까- 스즈는 자유롭게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게 되고, 같은 학교 친구의 도움으로 벨은 U의 화제의 가수가 된다. 벨의 콘서트 날. 노래를 시작하려는 벨 앞에 U의 또 다른 최대 관심사 '용'이 모습을..